꼬여도 너무 꼬인다.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2차전에서 2-3으로 졌다. 9회초까지 2-1로 앞섰지만 9회말 동점, 역전을 연거푸 허용했다.

다시 3연패 늪에 빠진 한화는 10승34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9위 SK 와이번스(12승30패) 역시 7연패에 빠져 있지만 승차를 좁히지 못했다. 두 팀의 승차는 2.5경기.

24일 경기가 뼈아팠다. 2-0으로 앞서나가다 5회말 1점을 빼앗기자 마무리 정우람을 8회부터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정우람은 공 10개로 8회말을 정리하며 2-1 리드를 지켜냈다.

이어진 9회말. 선두타자 김민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우람은 박계범에게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김상수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며 투아웃을 만들어 승리를 눈앞에 뒀다.

다음 박해민의 타석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박해민이 정우람의 초구를 잡아당겨 파울이 나왔다. 그 순간 정우람이 마운드에 쓰러졌다. 타구와 전혀 관계없는 부상이었다. 느린 화면으로 돌려본 결과 정우람은 투구 후 착지 과정에서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오른 발목이 꺾였다.

정우람은 연습 투구를 실시하며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키고자 하는 의욕을 보였으나 결국 스스로 '투구 불가'를 선언했다. 그러자 이현호가 구원 등판해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구자욱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2-2 상황에서 한화는 투수를 다시 윤대경으로 바꿨다. 윤대경은 이원석에게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그대로 이닝이 종료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이번에는 유격수 박한결이 송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공을 떨어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범했다. 

결국 윤대경은 2사 만루에서 이학주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한화의 안타깝고도 황당한, 끝내기 패배였다. 3회초 무사 1,2루에서 1루 주자 김태균의 수비 방해로 당한 삼중살은 아쉬움을 더했다.

당분간 정우람은 경기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레이드 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던 노수광까지 24일 늑골 미세골절이라는 부상으로 3주 진단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지 못하는 것이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화의 이날 삼성전이 그랬다. 어느 구단에나 존재하게 마련인 부상과 실책이 한화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장면, 나와서는 안 되는 순간에 등장한다. 꼬인 실타래는 점점 더 엉키고 있다.